올리브와 지중해 식사
지중해 연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루에 섭취하는 전체 열량의 40% 이상을 지방에서 섭취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지방 애호가인데도 불구하고 심장병 사망률은 미국인보다 훨씬 낮다. 그 이유는 지방의 대부분을 혈관 건강에 이로운 올리브유(油)에서 섭취하기 때문이다.
서양의 대표적인 장수(長壽) 지역은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남부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사르데냐 섬), 그리스(크레타 섬) 등이다. 이 지역 주민이 오래 사는 이유로 '지중해식 식사'를 꼽는다.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먹는 식사의 핵심은 '올리브'다. 온갖 요리에 올리브유(油)를 사용하고 올리브 과육을 우리의 김치처럼 먹는다. 또 식사 후에는 올리브잎으로 차를 끓여 마신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안셀 키즈(Ancel Keys) 교수는 올리브 기름 섭취와 심장병에 의한 사망률 및 총 사망률이 반비례한다고 밝혔다. 즉 중년 남성 2,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올리브유를 주된 지방원으로 하는 사람들은 심장병에 의한 사망률뿐 아니라 총 사망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리브 열매를 따서 24시간 이내에 기름을 짠 압착올리브유는 발연점이 180℃로 낮아 가열하면 영양 성분이 모두 타 버릴 수 있다. 그러나 탈산(脫酸), 탈색(脫色), 탈취(脫臭) 등의 과정을 거친 정제 올리브유는 발연점(240℃)이 높아 부침이나 튀김에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올리브유를 비롯한 식물성 기름은 발연점을 넘어서면 트랜스지방으로 변질될 수 있으므로 고급 올리브유는 샐러드나 소스, 무침에만 이용하는 것이 좋다.
올리브유 가운데 항심장병 물질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고 효과도 좋은 것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extra virgin olive oil)이다. 올리브유는 맛이 담백하고 깔끔하다. 열을 가하지 않고 그냥 먹을 수 있다. 일반 식용유는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하는 것과는 달리 올리브유는 과육(果肉)을 짜서 얻는다. 따라서 올리브유는 올리브 주스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올리브유, 포도씨유 같은 '프리미엄 오일(premium oil)'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으며, 2007년 프리미엄 오일 매출 규모는 가정용 식용유 시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 식용유의 50배 수준인 15만 원을 호가하는 제품도 있다. 프리미엄 오일에는 일반 식용유에 없는 몸에 좋은 기능성 성분이 첨가돼 있다. 올리브유에 함유된 스쿠알렌, 식물성 스테롤, 토코페롤, 폴리페놀 등은 우리 몸에서 항산화, 해독, 면역기능 증강, 호르몬 조절, 항균 작용 등을 한다. '오일 마니아'들은 프리미엄 오일이 심혈관 질환, 변비, 다이어트, 피부 미용에도 특효라는 말에 하루에 두세 숟가락씩 오일을 먹거나 심지어 피부에 바르기도 한다.
요즘 동물성 포화지방 섭취가 늘자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을 섭취하겠다는 생각에서 프리미엄 오일이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대두유나 옥수수유 같은 일반 식물성 기름도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기름도 1g당 9㎉로 열량이 높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살이 찌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한국영양학회는 성인의 하루 지질 섭취량을 총 열량의 15∼20%로 정하고 있다.
기름은 산패(酸敗) 위험이 크므로 한 번 사용했거나 오래된 것은 버리는 것이 좋다. 또 프리미엄 오일은 가능한 사이즈가 작은 것을 구입하고, 한번 뚜껑을 열면 6개월 이내 소비하는 것이 좋다. 보관은 뚜껑을 잘 닫고 직사광선이 없는 서늘한 곳에 둔다.
효용성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올리브 잎을 '자연 항생제'라 불렀다. 즉 올리브 잎은 유해 세균 및 바이러스를 죽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 이런 효과의 주체는 올리브 잎과 과육의 껍질 부위에 들어 있는 '올러유러핀(oleuropein)'이다. 이에 올러유러핀의 항균 · 항바이러스 효과를 기대해서 감기 · 기관지염·피부병 환자들에게 올리브 잎차 또는 잎 추출액을 추천한다.
올러유러핀은 항산화 성분으로 폴리페놀의 하나이다. 녹차, 포도주 등의 항산화 성분과 마찬가지로 노화 · 심장병 · 암 등의 주범인 유해산소를 제거한다.
기원전 1300∼1200년에 이집트를 다스렸던 람세스 2세는 모든 질병에 대한 약으로서 올리브유를 마셨다고 한다. 올리브유는 우리 몸에 유익한 HDL 콜레스테롤은 높이고, 몸에 나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혈액의 점도를 낮추며, 혈압도 낮춘다.
올리브유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논문이 미국의 『농업과 식품화학(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지에 발표되었다(2007년 2월). 우리나라 사람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많이 감염되어 있으며 이 균이 위궤양, 위암 원인 중 하나이므로 올리브유의 적정한 섭취는 도움이 된다.
올리브 과육(果肉)은 맛이 쓰기 때문에 생과로는 먹지 않는다. 보통 소금물, 식초, 기름, 물 등에 수개월간 절인 뒤 피자나 샐러드 등에 얹어 먹는다.
그러나 과육에는 혈관 건강에 유익한 올레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또한 항산화 효과를 지닌 비타민 E와 빈혈을 예방하는 철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러나 절이는 과정에서 과육에 침투되는 소금 성분인 나트륨이 혈압을 올리므로 고혈압 환자는 주의하여야 한다.
올리브유도 다른 지방과 마찬가지로 g당 9㎉의 열량을 내므로 과다 섭취는 비만의 위험성이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빵을 올리브유에 찍어 먹을 때 끝만 살짝 적시는 것이 좋다.
댓글